[기묘한 계시]

[기묘한 인간]불통 인간

1941년 10월, 나는 1933년에 플랑크 선생을 찾아갔던 심정으로 보어 선생을 만났다.

예전과 달리 매우 어색하고 불편한 기운이 느껴졌다.

“선생님,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요?”

덴마크는 1940년 독일군의 침공을 받아 이미 점령된 상태였다.

“내게 무슨 말을 듣고 싶은 거지?”

나는 혹시 있을지 모르는 독일군의 도청을 염려해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전쟁 중에 물리학자가 우라늄을 연구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세요?”

“자네는 정말 우라늄 핵분열을 무기 제조에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원리적으로는 가능하니까요! 하지만 실현되기 위해서는 많은 기술적 투자가 필요하지요. 다만, 전쟁 중에 그것이 실현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보어 선생은 원자폭탄을 만들 수 있다는 나의 말에 놀라서 그것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든다는 사실은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 상황에서 모든 나라의 물리학자들이 전쟁에 참여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네.”

“그럼…우라늄을 연구하는 것도 정당하다는 말씀인가요?”

“그것 역시 부득이한 일이네.”

나는 참담한 심정이 되어 돌아왔다.

“오랜 시간 나와 생각을 나누었던 보어 선생과도 소통할 수 없다니 전쟁이 정말 원망스럽다.”

이후 1943년, 보어 선생은 런던으로 도피하여 미국의 ‘맨해튼 프로젝트’를 위해 일하는 과학자들에게 자문하는 일을 맡았다.

(맨해튼 프로젝트, 미국이 착수한 원자폭탄 제조를 위한 비밀 계획의 이름이다. 오토 한의 핵분열 발견 소식을 대서양 건너 미국에 전한 장본인이 닐스 보어였다. 이 엄청난 발견을 헝가리 출신의 미국 망명 물리학자 두 명이 아인슈타인에게 전하고, 아인슈타인이 독일의 핵무기 개발을 경고하는 편지를 써서 당시 미국 대통령 루스벨트에게 전달한 결과 맨해튼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이옥수, 정윤채, [하이젠베르크의 양자역학], 175-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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