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계시]

[기묘한 계시]02.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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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에 쓰였던 실다리 안경

 

관찰은 생각만큼 객관적이지 못하고, 언제나 이론이 개재되게 마련이다(때로는 관찰자 자신조차 그 점을 의식하지 못한다). 그래서 현대 과학자들은 과학적 관찰도 이론 의존적(theory-laden)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한다. 보는 만큼 아는 게 아니라 아는 만큼 보는 것이다. 이렇듯 자연과학에서도 완전한 가치중립이란 불가능하다. – 남경태, 『개념어 사전』, 18

[안경]
바삭 쫄깃한 치킨을 먹으며 헛헛한 마음을 달랬다. 이런 밤은 왠지 더 조용하다. 고개를 푹 처박고 의식을 치르듯 꼭꼭 씹어먹는다. ‘아이는 어른이 되고, 결국 노인이 된다. 언젠가는 이해가 되거나 지나가겠지.’ 수긍하려는데도, 잡념은 멈추지 않는다.

‘천양지차의 타국 여행은 자국과 다른 만큼 설레는 일이다. 그런데 왜 타인의 관점을 아는 일은 괴롭기만 할까. 왜 내 관점을 바꾸는 일은 고통스럽기만 할까. 생각해보면 여행과 마찬가지인데… .’ 이런 잡념을 거듭하다 보니 ‘안경’이 생각났다.

별일 아닌 일도 다시 생각해보면 별일이다. 매순간 우리는 복잡하고 정교한 과정을 거쳐서 ‘본다’. 눈의 각막과 수정체를 거치며 굴절된 빛이 망막에 상을 만들면 뇌가 그것을 본다. 매 순간 이런 방식인데, 눈이 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할 때 돕는 도구가 바로 ‘안경’이다. 이 시대 최고의 과학자들은 안경을 지난 2000년 동안 가장 중요한 발명품으로 꼽는다.

‘안경’이라 생각하는 게 좋겠다. 멀리 여행 가지 않아도 책을 통해 이곳저곳을 찾아볼 수 있는 것처럼, 사람들의 마음속에 들어가 볼 수는 없어도 그들의 관점에서 보면 그들의 세상도 얼핏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이해하다 보면 사람도 세상도 더 맛깔나게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안경점과 같은 글모음이기를 바란다. 다양한 안경을 둘러보고 직접 써 볼 수 있는 곳이 안경점이라면, 신 인간 세상에 대한 주제들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 즉 안경을 소개하고 써 볼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 주제를 고르고, 역사적 인물들의 안경을 써보고, 그에 대한 단상을 써보자. ‘괴상하지만 재미있는 안경점을 만들고 싶다’. 결국에 끝까지 써 낼 수 있기를 기도하며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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