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단상

어쩌면 글을 잘쓰게 될 지도 몰라(12)

Day12 좋아하는 단어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보세요. 

“당신이 좋아하는 단어를 바라보며 떠오르는 모든 이야기들을 써보세요.” (49)

비.

나는 비가 좋다. 내리는 소리가 좋다. 구름낀 하늘이 좋다. 눅눅한 공기가 좋다. 고인 웅덩이가 좋다. 젖은 풀잎이 좋다. 처마 끝 물방울이 좋다. 스산한 쓸쓸함조차 나는 좋다. 그래서 비가 좋다.

비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도 싫다.

봄비는 얼어붙은 세상을 깨우는 마중물이다. 여름비는 타들어간 대지를 적시는 오아시스다. 가을비는 익어가는 열매를 재촉하는 영양제다. 겨울비는 메마른 산천을 적시는 신의 눈물이다. 비의 은혜 없이는 너도 나도 대체로 살아갈 수 없는 것이다.

특히 가뭄으로 목말라 몸부림치는 대지에 내리는 비를 가리켜 ‘단비’라고 부른다. 제때, 제곳에 내려 우리네 삶을 윤택하게 해주는 비이다. 그야말로 신의 축복이다.

그렇다고 비가 꼭 달기만 한가, 그러지는 않다. 때로 비는 격정적으로 쏟아져 세상 모든 것을 송두리째 뒤집어놓기도 한다. 그럴 때면 우리 삶의 터전 자체가 사라지고 만다.

복도 과하면 저주가 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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