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신앙]

[기묘한 생각] 책을 읽는 건 정말 좋은 일일까?

 

책을 읽어서 그 내용 중 단 하나라도 이해한다면,

책을 읽어서 세상을 보는 관점이 조금이라도 달라진다면,

책을 읽어서 내 영혼의 자리가 조금이라도 이동한다면,

읽기 전 나 자신과의 거리가 생긴다.

읽기 전 친구들과의 거리가 생긴다.

이리저리 멀어지는 인간은 더 외로워진다.

이해하고 깨달은 바가 더 지혜롭고 선한 것이라면

그것을 설명하고 설득해야 할 무거운 책임까지 떠안아야 한다.

읽기 전의 나를 이해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읽기 전의 누군가를 설득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 어려운 일을 하려는 인생은 더 고달파진다.

 

그런데도 책을 읽어야 할까?

평온한 얼음 바다에 도끼질을 꼭 해야 할까?

무뎌진 감각을 꼭 일깨워야 할까?

 

좋은 대로 하면 된다.

 

어리석은 나는 얼음 바다보다 파도치는 바다가 아름답더라. 그 생기와 역동이 탐이 나더라.

무딘 사람보다는 예민한 사람이 더 애정이 가더라. 뭐든 대충 하나로 눙치는 게으른 정신보다 여러 차원에서 여러 요소를 파악하고 다양한 차원에서 해석해내는 성실하게 복잡한 정신이 훨씬 아름답더라.

많은 책을 짓는 것은 끝이 없고, 많이 공부하는 것은 몸을 피곤하게 한단다.

게다가 나는 하나를 보고 열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무슨 일이 끝이 있을까. 무슨 일이 피곤치 않게 할까.

기왕 뭔가 하는 사람이라면, 나는 끝까지 읽는 사람으로 살기를 원한다.

그리고 가끔은 잘 쓰는 사람이기를 꿈꾼다.

그래서 읽는다. 그리고 이렇게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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