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6 보고 싶지만 볼 수 없는 것에 대해 써보세요.
“보고 싶지만 볼 수 없는 것이 있나요?”(31)
-유기 고양이 스무 마리를 키우는 집.
-두 명만 모여도 정말로 행복한 교회.
-예전에 살았던 민물집, 단칸집, 할먼네.
-늘 미안해하는 이름들.
-내 어릴 적 사진들.
-소리만 들어도 온 몸이 따끔거리는 폭우.
-당황하는 신의 얼굴.
-그 날의 진실.
-사방으로 끝이 보이지 않는 막막한 지평선.
-27년 뒤 내 모습. 그리고 니 모습.
-볼리비아의 우유니 사막.
사람들이 보고 싶은 것을 보지 못하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을 듯 싶다. 먼저 지금 당장 그럴 ‘능력이 없어서’일 수 있다. 보고 싶은 것을 보기 위해 치러야 할 돈이나 시간이 부족하여 당장 그럴 수 없는 것이다. 작전상 후퇴.
아마도 그게 아니라면 막상 그럴 ‘자신이 없어서’일 수도 있다. 능력은 있는데, 시간도 있는데, 맘만 먹으면 그것을 볼 수 있는데, 그 대면의 순간이 두려워서 혹은 그 이후가 불안해서 도무지 볼 수가 없는 것이다. 이 핑계 저 핑계.
만일 그것도 아니라면 정말 말 그대로 그 ‘대상이 없어서’일 것이다. 흘러간 강물을 다시 붙잡을 수 없는 것처럼, 이미 지나간 사건이나 인연, 낡고 오래된 추억들은 이제 더 이상 실제로 존재하지 않아 다만 기억을 더듬어 어렴풋이 볼 수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이 모든 불행을 뒤로하고, 모든 걸 볼 수 있게 되면 행복할까? 그것도 능사는 아니다. 때로는 보이는 것을 보지 않고 추억 속에 머물리는 것이 더 행복할 때가 있으며, 또 때로는 눈으로 직접 보는 것이 도리어 환상을 깨고 실망만 안겨주는 일도 있는 법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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