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기타

어쩌면 글을 잘 쓰게 될지도 몰라(5)

Day5 세상의 모든 노란색을 찾아보세요.

“당신이 무언가에 관심을 가지면, 당신은 그 무언가를 창조해 낼 수 있습니다. 오늘의 ‘그 무엇’은 노란색이지만, 내일의 ‘그 무엇’은 세계평화가 될지도 모르죠.”(27-28)

스치는 노란색들.

길 가에 서있는 자동차 왼쪽 깜빡이. 횡단보도 앞 위태한 신호등. 한식부페 광고 풍선. 재건축 공사장 출차주의 경고판. 공인중개 사무소 간판. 피자집 대형 현수막에 그려진 리치골드피자. 6월 신규 모집 광고를 붙인 학원 버스. 대로변을 따라 흐르는 고압전선. 자주 가는 샌드위치 가게 로고. 길을 건너는 사내아이의 우산. 배달 오토바이에 달린 빈그릇 바구니. 서초 10번 마을 버스 숫자판. 지나가는 영업용 택시 번호판.

그리고 내 휴대폰에 덩그러니 붙어 있는 노란색 리본 스티커. 주변에 이렇게나 노란색이 즐비한데, 지금 내 몸에 지닌 거라고는 이 노오란 리본 하나 뿐이다. 때이른 죽음으로 떠나간 이들을, 그 상실에 가슴 아파하는 이들을, 그 모두를 잊지 말자는 이들을 한데 묶어 주는 작은 증표. 널리고 널린 노란색이 리본의 형상을 입어 아주 많은 것을 품게 되었다.

며칠 전 이 자리에 앉자 소일거리를 하려는데, 뒤에 웬 영감쟁이 셋이 자리를 잡고 야살스레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실내 골프장 회비 문제, 주변 인간 관계 고민, 자식 새끼들 자랑까지 그야말로 피식 웃게 만드는 소소한 이야들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세월호 이야기로 넘어갔는데, 방금 전 노인네들은 온데간데 없고 괴물이라도 들어앉은 듯 싶었다.

“유가족들이 왜 저 지랄인지 몰라.”

“민변/전교조/민주노총 같은 종북들은 싸그리 북한으로 보내야지.”

“박씨가 다시 살아돌아와야 나라가 정신을 차릴텐데.”

점점 더 뜨끈해지는 뒤통수에 어지럽던 나는. 그저 속없는 노인네들을 한 번 흘기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노란 리본이 박힌 휴대폰을 집어들고. 죽기 전엔 결코 가닿을 수 없는 그들과의 간극을 재어보다 밖으로 나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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