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일상

얼굴이 좀 탔네요

“얼굴이 좀 탔네요?”

아, 오늘만 네 번째다. 벌써 네 명이나 내게 다가와 곰살가운 오지랖을 떤다. 지난 토요일, 교회 체육대회랍시고 운동장에 몇 시간 서있었을 뿐인데. 고사이 얼굴은 노릇노릇 구워져 되돌릴 수가 없다. 가만히 거울을 들여다본다. 나는 잘 모르겠는데. 남들이 더 난리다.

어릴 적엔 종종 이런 적이 있었다. 여름마다 수련회다 뭐다해서 땡볕에 굴러먹던 적이 어디 한 두 번이던가. 웬종일 뜨거운 햇빛 아래 있다보면 피부가 벌겋게 달아올라 따끔거리기도, 껍질이 벗겨지기도 했다. 그리고 통증이 가라앉으면, 난 밀크쵸콜릿 색을 하고 있었다.

햇볕은 참으로 놀랍다. 단 몇 시간의 대면만으로도 여러 사람이 알아볼만한 흔적을 내 몸에 새겨버렸으니. 선크림을 바른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땡볕에 내내 서있던 것도 아닌데… 그 드문 손길만으로도 금새 내 얼굴은 갈변 반응이 일어나버렸다.

고대에는 태양을 신으로 숭배하던 사람들도 있다고 하더라. 이집트에도, 페르시아에도, 그리스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었다고 한다. 누군가는 발끈할지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그 비유만큼은 참 탁월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왜냐면 신, 그리고 그를 신뢰하는 우리들의 양태도 어쩌면 이와 닮은 구석이 참 많기 때문이다.

신이 비추는 선한 빛 아래 살아가는 사람은 결코 다른 사람이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를, 그의 건강한 구릿빛 믿음을 눈으로 보게 될 테니까. 그래서 “당신 좀 탔네요”라는 말을 이따금 듣게 될 테니까. 그러고 보니 오래 전 브레넌 매닝은 이런 말을 했었다.

  “기도는 일광욕과 같은 것이다. 당신이 햇볕 속에서 긴 시간을 지낸다면 사람들은 그 사실을 알아채게 된다.”

이것이 어디 기도 뿐이랴. 누구든 신 앞에 진심으로 바르게 서서 살아간다면, 어떤 식으로든 그 흔적이 몸에 남는다. 그것이 은은한 구릿빛이든, 벌겋게 달아오른 것이든 상관없이. 어떤 식으로든 그 몸에 흔적을 새긴다. 나는 말한다. 그것이야말로 산 믿음, 쓸모있는 신앙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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