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요약

애송이 전도사와 청년 K의 대화 1편

신 존재증명에 대해, 형식은 베스트셀러 [미움받을 용기] 기시미 이치로, 고가 후미타케 에서 빌렸고, 내용은 [서양문명을 읽는 코드 신] 김용규 를 대부분 따랐으며. 청년과 전도사가 대화하는 형식으로 재구성해보았습니다.

 

국가 면적의 1%도 안 되는 한 도시. 그곳엔 그 국가 1/6 이상의 국민이 어깨가 부딪칠 정도로 맞붙어 살고 있다. 그곳에 애송이 전도사가 한 명 살았다. 그리고 청년K가 살았다. 별안간 둘은 만났다. 아니 만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더 정확할지도. 모월 모일 모시 이 둘은 작고 빡빡한 도시의 한 귀퉁이에 있는 조그마한 카페에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청년K가 애송이인 전도사를 찾아가 따져 물은 질문은 오직 하나였다. ‘하나님, 신이 정말 있는가?’ 애송이가 대답할 수 있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었지만, 그래서 K는 그를 찾았는지도 모른다. 뻔한 대답 그 이상을 원했기 때문일지도. 여하튼 둘은 만났고 대화는 시작되었다.

청년 K 그러면 다시 묻겠습니다. 신은 분명히 있다는 것이 전도사님의 지론이에요?

전도사 그래요. 신은 분명히 있어요.

청년 K 뻔한 대답, 교리만 되풀이하는 대답 말고 쉽게 알려줄 수 있어요?

전도사 물론이죠.

청년 K 좋습니다. 이야기를 더 진행하기 전에 이번 방문에 대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제가 이곳에 온 첫 번째 이유는 전도사님과 충분히 이해가 될 때까지 의견을 나누기 위함입니다. 그리고 할 수만 있다면 전도사님이 그 지론을 철회하도록 할 생각입니다.

전도사 하하.

청년 K 친구에게 들었습니다. 전도사님이 매주 하시는 설교의 메시지는 결국 하나 “신은 분명히 있다. 하나님은 분명히 계신다. 그러니 00하라.” 라고요. 저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주장입니다. 그래서 실제로 제 눈으로 확인하고 조금이라도 이상한 점을 발견하면 그 잘못을 바로 잡아드리려고요….불편하십니까?

전도사 아니, 대환영이에요. 저도 마침 우리 교회 청년들이 차마 말하지 못하는 마음의 소리(ㅋ) 혹은 교회 밖 청년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더 알고 싶던 참이었으니까요.

청년 K 고맙습니다. 저는 전도사님의 의견을 덮어놓고 부정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그래서 일단 전도사님의 메시지가 옳다는 전제하에 그 가능성부터 생각해봤습니다. “신은 있다.” 그렇다면 왜 사람처럼 분명히 보이지 않는 것일까요? 우리는 어떤 사람이 살아서 눈에 보일 때, 그 사람이 ‘있다’ 라고 말하잖습니까. 그런데 보이지 않는 신은 어떻게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전도사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기에 앞서서 말해두고 싶은 것이 있어요. 이제부터 제가 할 이야기들을 믿느냐 믿지 않느냐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로 하겠습니다. 안다는 것과 믿는다는 것이 같지 않기도 하고, 관계도 분명하지 않으니까요. 알고 나서 믿는 것일까요? 아니면 믿고 나서 아는 것일까요? 기독교에는 두 가지 흐름이 모두 있지만, 후자 쪽에 기울어져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이 문제는 차치해 두고 일단 이야기해보자는 거지요.

청년 K 네. 맞습니다. 우선 믿어보라는 말이 저는 가장 어렵고, 믿음이 없는 저에게 그런 말은 폭력적으로 들리기까지 합니다. 전도사님의 이런 태도가 제가 전도사님을 찾게 된 가장 큰 이유일 겁니다.

전도사 ‘만일 네가 그분을 파악한다면, 그분은 신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어요. 신을 우리가 이야기한다는 것이 사실 어리석은 일일 수도 있겠으나 우리는 이런 식으로밖에 하나님을 알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그저 나름대로 대답해보겠습니다. 먼저는 왜 신이 인간처럼 분명히 보이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질문을 조금 바꿀 필요가 있겠습니다.

청년 K 왜죠?

전도사 신은 인간과 다르기 때문입니다.

청년 K 그리 큰 문제는 아닌 것 같은데요.

전도사 오해를 줄이기 위해서지요. 이렇게 질문을 시작한다면 신을 인간처럼 생각하는 ‘신인동형론’적인 이미지로 인해 대화가 아무리 잘 진행되어도 오해할 수 있어요. 그래서 그저 지나갈 수는 없는 문제예요.

청년 K 신이 인간과 다른 건 물론 동의합니다.

전도사 교회에 다닌 경험이 수 년 되었다고 하니 이 정도는 아실 겁니다. 구약성경은 처음부터 신에게서 인간의 형상을 철저하게 지웠어요. 유대교는 물론이고, 기독교나 이슬람교처럼 구약성서를 경전으로 삼는 모든 종교에서 신은 무형의 존재입니다. 따라서 신을 인간처럼 이해하는 한, 이 종교들의 주장을 크게 오해할 수밖에 없게 되지요.

청년 K 하나님의 형상대로 인간을 만들었다는 표현도 있지 않나요?

전도사 맞아요. 창1:26 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의 모양대로 우리가 사람을 만들고 라는 구절이 있지요. 여러 가지로 이야기되고 있습니다만 이것이 외형적 형태가 아니라 내적 본성을 뜻한다는 것이 공통된 해석입니다.

청년 K 네. 알겠습니다. 뭐 굳이 그런 이야기까지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질문을 바꿔보겠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생겼습니까? 아니, 우리는 어떻게 신을 알아볼 수 있습니까? 이걸 모른다면 그가 항상 우리와 함께 있다고 해도 알아볼 수 없고, 그렇다면 믿고 의지하는 것은 더욱 요원한 일 아닙니까.

전도사 굳이 표현한다면 ‘존재’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존재하는 우리 모두의 바탕이자 근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하하. 이거 제가 모르는 말을 제가 하는 것 같아서 부끄럽습니다.

청년 K 그러게 갑자기 철학자 같으십니다. 그렇다면 존재란 무엇입니까? 소크라테스 선생님ㅋ

전도사 이실직고 고백합니다만 저에게도 어려운 문제라서 이 문제를 가장 설득력 있게 풀어 줄 수 있는 책을 찾아다녔고, 지금까지 이것을 가장 잘 이해시켜준 책이 있습니다. [서양문명을 읽는 코드, 신]이라는 책이에요. 저는 이 책을 중심으로 해서 대답을 해보려고 합니다. 괜찮으신가요?

청년 K 물론이지요. 해 아래 새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옳게 이해해서, 쉽게 설명해주시면 최고의 선생입지요.

전도사 컥. 더 무섭네요. 존재물과 존재, 흠… 이 둘의 차이가 있데요. 갑자기 이야기가 너무 철학적으로 되는 것 같지만 그래도 피할 수 없네요. 킁. 존재론적 이야기로 존재물은 존재 더하기 본질입니다. 사과를 예로 들어볼게요. 사과의 독특한 특징, 배가 아니라 사과가 ‘사과인 특성’을 ‘본질’, 그리고 사과가 ‘있음’이 ‘존재’, 그래서 사과는 사과의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존재하는 ‘존재물’ 이라는 말이죠. 여기까진 쉽죠?

청년 K 슬슬 재미없어지는 것 같지만, 이해는 됩니다.

전도사 쉽게 말해 하나님은 여기에서 ‘있음’ 즉 존재라는 거예요. 그래서 궁극적 근원이며, 규정할 수 없는 무규정자이며, 한정할 수 없는 무한정자인 것이지요. 그럼으로써 만물의 궁극적 근원인 것이죠. 무엇으로 한정하면, 무엇으로 규정하면 궁극적 근원이 될 수 없다. 그러므로 하나님은 무한정, 무규정적인 있음 그 자체다. 존재 그 자체다… 이건 어때요?

청년 K 네. 딱히 뭐라고 할 말이 생각나지 않네요.

전도사 네. 하나님에 대해, 신에 관해서 설명하고 있는 거예요. 우리는 일반적으로 그리스 로마 신화의 신들처럼 인간 같은 신을 떠올리지만 사실 하나님은 그런 이상화된 인간, 영웅적 인간, 능력이 극대화된 인간이 아니라 만물의 근원, 철학적으로 설명해서 ‘존재자체’라는 거예요. 질문은 이런 전제에서 시작되어야 하는 거지요. 대답이 질문을 피해 돌아가는 느낌이 들 테지만 사실은 이것이 핵심이에요.

청년 K 네. 논쟁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기 전에 개념을 명확하게 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그러고 보면 제가 이제까지 생각한 신은 신화적, 인간적 신이었네요.

전도사 동의해주니 다행입니다. 책에는 더 자세한 내용이 나옵니다. 아낙시만드로스의 무한자, 파르메니데스의 존재, 플라톤의 일자, 플로티노스의 종교화된 일자 등 말이죠. 거기까지 이야기할 필요는 없겠습니다. 흠… 오늘은 여기까지 할까요?

청년 K 네 슬슬 머리가 아파지네요. 교양 수업시간 같았어요.

전도사 다음엔 더 재미있을 거예요. 또 만나주실 거지요?

청년 K 물론이죠. 저 아직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저 나름 집요해요.

전도사 왠지 처음 공격적인 태도는 조금 풀린 것 같은데요? 하하 농담입니다. 다음에는 더 치열할 것 같은 예감입니다.

청년 K 암요.

전도사 메일주소 좀 알려주세요. 오늘 나누었던 이야기를 생생하게 해줄 글귀 한 구절 보내 드리겠습니다.

청년 K … 여기 있습니다. 다음 시간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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