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일상

[잡솔_6] 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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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렸다.

요즘 한동안 가을비가 내렸다. 아마도 여름내 가뭄으로 울상짓던 농인들은 한시름 놓았을 것이고, 덩달아 옴짝달싹 못하던 관악산 버들치들도 숨통 좀 트였을 것이다. 이제 이 비가 지나고 나면, 저만치 11월의 언덕 너머로 겨울이 빼꼼히 고개를 내밀겠지.

비내린 가을은 왠지 모르게 쓸쓸한 구석이 있다. 그 우람하던 풀빛 덩치들은 다 어디로 가고, 서둘러 겨울 채비를 하는 축처진 늙은이만 남아 있는지. 더구나 쫄딱 젖은 꼬라지는 안쓰럽고도 눈물겹다. 그래서일까? 젖은 가을은 괜시리 더 우울하기만 하다.

내리는 비와 함께 낙엽도 기운다. 쉴새 없는 빗방울의 절구질 끝에 바닥으로 추락한 낙엽들. 흡사 두들겨 맞은 권투선수처럼 흠뻑 젖은 채 기운이 없다. 그렇게 널부러진 낙엽들 위로 무심한 도시민들은 바쁜 걸음만 재촉하고 있다.

며칠 전에도 난 낙엽을 보았다. 매운 물줄기로 흠씬 지질린 낙엽들이 길 위에서도 제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러나 도시의 낙엽들이 으레 그러하듯, 그곳의 낙엽 또한 미화원의 손에 쓸어 담길 뿐이다. 그들에게 낙엽이란 계절도, 낭만도 아닌, 그저 쓰레기일 따름이니.

우울한 가을.

아무리 현실을 호호 불어 목구멍에 넘기려해도 도무지 그럴 수가 없다. 애꿋은 하늘만 탓해본다. 네가 흐려서 그렇잖아. 네가 흐려서 그렇잖아. 그래봤자 들려 오는 소리라고는 앞으로도 한동안 흐릴 것이라는 일기 예보뿐. 정말 가을의 낭만 따위 개나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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