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인간]

취향에 대하여 “취향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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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에 대해서는 좋게 말을 하거나 아니면 아무 말도 마세요. – 안톤 체호프, <갈매기> 中

취향을 존중합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코스프레하고서 카페에서 홍차를 즐기는 당신의 취향을 존중합니다. 해골 모양 화장을 하고 사탄을 찬양하는 락 음악, 그 노래를 통해서 해방감을 느끼는 당신의 취향을 존중합니다. 또 디지털 도구인 컴퓨터를 아날로그로 경험케하는 키보드, 그 감촉과 타격감을 위해 특별한 키보드를 사용하는 당신의 취향을 정말 존중합니다. 다 거론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취향들, 그 놀라운 다양성을 찬미합니다.

취향은 보통 3단계를 따르더라구요. 1단계,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신선한 즐거움을 느낍니다. 2단계, 그 즐거움을 반복해서 경험할수록 취향이 계발됩니다. 그래서 남들이 느끼지 못하는 작은 차이를 느낄 수 있게 되지요. 조그만 차이에서 굉장한 쾌감을 느낌으로서 진정한 매니아가 됩니다. 그리고는 3단계, 고급 수제품을 구입하거나 그것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기호에 맞게 튜닝 혹은 직접 제작합니다. 심지어는 실제와 똑같이 작동하는 소형 육기통 엔진을 제작해서 자동차 모델을 만드는 사람도 있더군요. 그 바닥에서는 놀랄일도 아니지요. 저도  수십만원 하는 키보드를 직수입해서 사용하고 있지만 어디 명함도 못 내밀 수준이지요. 한때는 이것을 튜닝해서 블루투스 무선 키보드로 제작해보려고 했지요. 얼마전까지 입맛을 다시면서 어느 공학도가 만들어놓은 튜닝 메뉴얼을 만지작거렸습니다.

이처럼 저는 독특한 취미를 즐기고, 또 인류의 각 개인들의 수만큼이나 다양한 취향을 존중합니다. 그런데 제가 다른 마음을 먹게된 계기는 바로 자칭 미식가들 때문입니다. 음식취향이 까다로운 사람들은 정말 피곤합니다. 왠만한 식당에서는 도무지 만족할 줄을 모릅니다. 물론 계발되어버린 그들의 미각을 존중하긴 합니다만 결국엔 비싼 재료의 고급음식에 만족하는 모습을 보면, 제 아무리 애정했던 사람일지라도 실망스럽습니다. 사람이 어떤 취향을 가진게 아니라, 어떤 취향이 그 사람으로 육화되는게 아닐까 하는 괴상한 생각까지도 들더라구요. 그래서 몽테뉴는 “공부나 사냥이나 다른 무슨 일에 있어서도 즐거움의 경계까지는 다가가야 하지만, 그 경계를 넘어서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안 그랬다가는 고통이 끼어들게 된다.”라고 했나봅니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고 비판해도 좋습니다. 욕먹을 각오하고 또 일반화시켜보겠습니다. 일천한 제 경험에 따르면, 정도는 다르지만 이 세 가지 성향은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것 같아요. 재료선별에 대한 유별난 감각으로 인한 과소비성향, 왠만한 상황과 제품들에 대한 불만족과 불평, 그리고 가성비에 대한 과도한 집착말입니다.

분명히 하겠습니다. 모든 취향을 악마화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저는 이것들을 너무나 좋아하고 긍정합니다. 그러나 도무지 왠만한 것에 만족하지 못하는 그 잘난 취향들에는 레드카드를 들고 싶은 겁니다. 취향은 유희를 느끼는 경향성이므로 절제가 결여된다면, 천박해 질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무엇이든 끝까지 가고 싶어하는 저의 경우, 되도록이면 취향은 더 계발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바꿔말해서, 전 다른 취향을 선택하려고 합니다. 바로 취향없음의 취향말이지요.

허전해질 것 같아 걱정이긴 합니다만, 다들 더 세련되어지고 더 깊어지기를 추구할 때, 저는 더 무던하고 더 얕아지기를 바래봅니다. 더 가볍고, 더 자유롭고, 더 만족스러운 삶을 위해서.

별안간 궁금합니다. 여러분은 무엇을 즐기십니까. – 기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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